처음

처음

그래 처음이란 단어가 낫겠다.

시작이란 말은 항상 어색하고 두렵거든.
마무리나, 정해진 끝이 있는 것처럼.

그래서 이 글은 시작이 아니라 처음이야.
언제 마무리 될지 모르고 끝도 정해져 있지 않지.

이 글은
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거야.
소은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부터.

나의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편지를 쓰겠다고.

앞으로 이 곳에는
아빠가 너희에게 쓰는 편지를 담을 거야.

마주하고 하기 힘든 말,
원치 않더라도 알아야 할 것들.
미처 하지 전하지 못한 마음.
그리고 소소한 아빠의 지혜.
그런 것들이 쓰여지는 곳이야.

아빠의 딸이라면,
앞으로 종종 여기서 글을 마주하게 될 거야.

​오늘이 처음이지만
이 글의 마무리는 없어.
마치 우리 가족처럼.

다만, 아마도 너희들의 지혜가 아빠보다 더 커졌을 때,
홀로 서기가 수월할 즈음
새로운 글은 올라오지 않게 될 거야.

그렇다고 지난 글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거야.
혹시 너희들이 길을 잃었을 때 옛 글을 언제든 볼 수 있어.

먼 앞에, 너희들이 필요로만 한다면
이 글이 언제든 곁에 있는 아빠가 될 거야.

너희들과도 처음이 있었지.
아빠에게는 가장 소중한 처음.

한 살, 두 살.
너조차 잘 모르는 그 때의 너를
엄마 아빠는 다 기억하고 있단다. 여전히.

얼마 전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 물었지?
그 이름을 지었던 순간보다도, 처음 부르던 장면이 생생히 기억이 나는구나.



우리 가족이 만들어지던 시기
세상에 너의 이름이 처음 불려지던 날,
그때 내가 있었던 것처럼

앞으로 쓰여질 이 글로 하여금,
너의 모든 날에 아빠가 함께하기를 바란다.